김종인, '3김체제' 조롱에 자존감·소명의식 흠집났나

바른경제 | 승인 2021-11-22 18:20:01

박준호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22일 윤석열 대선후보의 선거대책위 합류를 갑자기 보류하면서 야권이 술렁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김종인 전 위원장이 정무적 능력이 최고라는 자존감과 정치적 소명의식이 강한 만큼 한물 간 '3김(金) 원로'라는 여권의 비판이 나오자 선대위 합류를 고뇌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윤 후보는 이날 국회에서 첫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이준석 대표와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을 상임선대위원장으로 임명하는 안건을 상정, 통과시켰다. 다만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의 총괄선대위원장 선임안은 제외됐다.

윤 후보는 "조금 하루이틀 시간을 더 달라고 해서 본인께서 최종적으로 결심하면 그때 (최고위에)올리도록 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이양수 선대위 수석대변인도 전날 저녁 갑자기 선대위 합류 보류 소식을 제3자에게 전언으로 통보받은 사실을 전하면서 "여러 각도로 알아보고 진의를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치권에서는 김 전 위원장이 돌연 변심하게 된 배경에는 자신을 중심으로 생각하는 자존감과 정치적 소명의식에 상처를 받은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김 전 위원장은 2012년 당시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 캠프에서 경제 참모로서 당선에 기여했고, 2016년 20대 총선 당시 민주당의 대표였던 문재인 대통령의 요청으로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맡아 민주당을 원내 1당에 올려놨다. 한때 안철수 대표의 정치 멘토 역할을 맡기도 했다.

자존감이 강한 그는 자신을 최고의 킹메이커로 대우해주는 곳이면 소신없는 '갈지(之)자' 행보라는 비판에도 몸을 던지는 정치인이다. 또 자신이 이 시대의 정신을 반영해 국가를 운영할 수 있다는 소명의식도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김 전 위원장은 독일 사회학자 막스 베버의 '소명으로서의 정치'를 인용하곤 했다. 지난해 출간한 회고록(저서 '영원한 권력은 없다')에서도 "막스 베버는 정치인의 자질로 열정, 책임, 안목(균형감각) 세 가지를 꼽았다"고 인용한 바 있다.

김 전 위원장은 민주당 비대위와 국민의힘 비대위를 번갈아 맡을 때에도 박근혜 정권과 문재인 정권 탄생에 각각 기여한 것은 자신의 자존감에 걸맞은 대우를 해주는 대선후보를 통해 정치적 소명을 발휘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지난 대선 출마에 대해서도 회고록에 "그때 내 나이가 이미 팔십 가까이 되었다. 권력에 대한 욕심 같은 것을 부릴 만한 나이가 아니다"라며 "임기가 보장된 국회의원 자리마저 내려놓고 그렇게 나선 것은 더 이상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마지막 사명과 책임감 때문이었다”며 소명의식을 들었다.


하지만 당 안팎에서 구시대 정치인의 노욕이라는 비판이 쏟아지자 자존감이 상해 소명의식도 크게 위축됐다는 지적이다.

"킹메이커가 직업이냐(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는 정치권의 조롱 속에서도 김 전 위원장이 이념이나 진영에 개의치 않고 여야를 넘나들은 것도 자존감을 높일 수 있고 정치적 소명을 실현할 수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마찬가지로 김 전 위원장이 윤석열 대선후보의 요청을 받아들여 선대위에 합류하기로 했던 것도 정치적 경륜이 부족한데다 정책 준비도 안된 윤 후보가 자신의 자존감을 세워 줄 수 있는 인물이라는 점과 그를 통해 정권교체를 할 수 있다는 정치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가치관이 뚜렷한 김 전 위원장은 수평적 관계를 지향하기 보다는 '여의도 차르'로 불릴 만큼 전권을 가진 강한 카리스마형 리더십을 행사한다는 지적이다. 카리스마 리더십을 선호하는 베버의 성향과도 일치하지만 조직 화합과 민주적인 조직 운영과는 맞지 않다.

김 전 위원장은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비상대책위원회를 맡을 당시에도 비대위원으로 당내 중진보다는 초선이나 원외인사를 임명해 비대위 안에서 전권을 갖고도 견제를 받지 않고 강한 카리스마를 낼 수 있었다. 하지만 킹메이커이지만 박근혜와 문재인이 대통령이 된 이후에는 독선적 리더십 때문에 활용도가 없어 용도 폐기됐다.

반면 윤 후보가 짠 선대위 조직도는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을 '원톱'으로 하는 체제지만,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이 상임선대위원장을 맡고 있고, 선대위와 별개 조직으로 새시대준비위원회를 김한길 전 대표가 총괄하기로 하는 형태로 돼있다. 이는 김 전 위원장의 리더십이 아래로부터 견제를 받을 소지가 있거나 통제권에 무게감이 실리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김 전 위원장이 자존감을 갖고 정치적 소명의식 발휘를 위해 선대위에 참여하기로 했다가 막상 원하는 구상대로 짜여지지 않은 선대위 안을 보면서 좌절해 갑작스레 보류를 통보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일각에선 김 전 위원장의 '선대위 보이콧'을 두고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 김한길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함께 '삼김(3金) 원로정치'로 묶인 것에 대한 감정섞인 대응이라는 말도 나온다. 당 안팎에서 '3김 체제'라고 의미를 부여하자, 김 전 위원장이 '동급'으로 비교되는 것 자체에 불쾌감을 피력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민주당 진성준 의원은 KBS라디오에 김종인-김병준-김한길 '삼각체제'에 대해 "새로운 국민의힘 판 3김 시대가 열렸다"며 "김종인, 김병준, 김한길 이 모두가 다 반문 정치세력이라고 하는 공통점 외에는, 모양 갖추기거나 구색 맞추기"라며 평가절하했다.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YTN라디오에서 '3김 체제'에 대해 "속칭 옛말에 국방부 시대는 거꾸로 매달아도 제대로 간다고 했지 않나. 그런데 국민의힘은 여의도 시계를 과거로 돌리고 있는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든다"며 "오죽하면 홍준표 의원이 '잡탕'이라고까지 했겠냐"고 폄하했다.

나아가 김 전 위원장이 새로운 자리에 오를 때마다 구사하는 특유의 '살라미 전술'의 일환으로 해석하는 견해도 있다.

김 전 위원장은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수락 당시에도 임기를 3개월로 제한하는 사실상 '관리형 비대위'를 요구받자, 이를 거부하고 한동안 신경전을 펼치다가 올해 4월 보궐선거까지로 임기를 늘려 자신의 뜻을 관철시킨 바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pjh@newsis.com

[서울=뉴시스]

바른증권방송 무료 급등주 바로가기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