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골때녀 작은거인' 사오리 "농인 위한 수어 퍼포먼스 해보고 싶어요"

바른경제 | 승인 2021-09-13 06:20:03

황혜정 인턴 기자 = "축구를 시작하고 인생에 복이 들어온 것 같아요. 많은 사람들과 이 행운을 같이 공유하고 싶어요"

SBS TV예능 '골 때리는 그녀들'(이하 골때녀)로 얼굴을 알린 후지모토 사오리는 에너지가 넘쳤다.

12일 뉴시스와 만난 사오리는 "공 들고 축구복 입고 다니면 '파이팅' 해주시면서 '다치지 마요'라고 해준다"며 "골때녀를 계기로 저의 직업이 '수어아티스트'구나 하고 많이 알아봐주시는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특히 '골때녀'로 인해 여자 축구 동호회 붐이 불고 있다는 말에 사오리는 정말 실감하고 있다고 했다. "저희 팀인 FC월드클라쓰가 여성 동회회 팀이랑 연습 많이 해요. 축구라는 게 여성분들이 '나랑은 상관없는 분야'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많은데 골때녀를 계기로 축구를 시작하시는 분들이 많아 기분이 좋아요."

'골때녀' 외국인 팀 FC월드클라쓰는 일본 요코하마에서 사오리의 활약으로 '골때녀' 정규리그 3위를 차지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154cm의 키에 불과하지만 빠른 발로 언제나 상대방의 골문을 위협하는 사오리는 그라운드 위의 '작은 거인'으로 불린다.

실력이 일취월장하게 된 비결은 "매일 연습"덕분이다. "2시간에서 6시간까지 연습할 때도 있어요. 팀 연습도 주4회 해요. 경기도 용인에 있는 넓은 구장에 가서 최진철 감독님과 연습해요"

"저에게 축구란 또 하나의 도전이에요. 어떤 일이든 새롭게 시작할 때는 항상 설레잖아요. 과연 내가 어디까지 잘하게 될까. 정말 후회없는 연습을 해서 노력한만큼 성과를 내고 싶어요. 그 성취감은 정말 행복하거든요"

사오리는 "축구란 하면 할수록 어려운 것이라고. 머리로는 이해하는 데 몸은 따라주지 않아 답답할 때도 많다"고 했다. 하지만 "어렵기 때문에 더 도전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사오리는 '골때리는 그녀들'이라는 스포츠 예능프로그램으로 이름을 알렸지만 본업은 '수어 아티스트'다. 작년 7월 외국인 최초로 한국 수어 자격증 1차 필기시험에 합격했다. 실기시험에 합격하면 최초의 외국인 수어 통역사가 된다.

"최초의 외국인 수어통역사가 되고 싶어서 도전했다기 보다는 수어 아티스트로서 활동하다보니 농인들의 모국어인 수어를 조금 더 깊이있게 이해하고 싶었어요. 공부를 깊이하다보면 좀 더 의미있는 아티스트가 되지 않을까 해서 도전하게 되었어요"

생소한 '수어 아트'라는 말에 대해 사오리는 "수어 아트라는 말은 기존에 존재했는데, '수어 아티스트'라는 말은 없었다"면서 "노래를 수어로 통역하듯이 전달하는 개념과는 완전히 다르게 농인과 청인이 함께할 수 있는 새로운 장르를 만들고 싶어서 수어 아티스트라는 말을 쓰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사오리가 수어 아트 퍼포먼스를 할 때 선정하는 음악은 철학과 메시지가 들어있는 의미있는 음악이다. "얼굴 표정, 손짓, 몸의 텐션을 가장 중시해요 농인들은 음의 높낮이, 박자의 강약을 느끼기 못하기 때문에 오히려 손의 디테일한 동작 보다는 표정, 몸의 텐션 등을 더 많이 신경써요"

사오리가 운영하는 유튜브 영상 썸네일에는 '또 하나의 소리가 누군가의 마음에 위안을 준다'는 말이 매번 쓰여있다. "또 하나의 소리는 농인과 청인이 함께 알아들을 수 있는 소리를 말해요. 농인들의 콘텐츠에는 오디오가 없잖아요. 청각장애인이기 때문이 오디오를 넣을 필요가 없으니까요. 그러면 청인들이 재미없어서 관심 가지지 않아요. 저는 이런 선입견을 바꾸고자 제가 만든 콘텐츠를 '또 하나의 소리'라고 표현했어요. 농인과 청인이 같이 들을 수 있는 소리로 누군가의 마음에 위안을 주고 싶어요"

같은 장면에서 사오리는 K팝 그룹 BTS(방탄소년단)와 다르게 표현했다.

"가사가 갖고 있는 의미를 수어를 바탕으로 시각적으로 즐길 수 있는 안무를 하고 있어요. 해당 장면의 가사 한글 해석은 '오늘 밤 나 별들 속에 있으니 내 안에 불꽃들로 이 밤을 찬란히 밝히는 걸 지켜봐'에요. 저는 이 가사를 수어 아트로 표현하기 위해 '나는 별처럼 빛나는 존재야. 그래서 나를 믿고 걱정은 하지 마. 나를 믿어'라고 바꿔 생각했어요. 이 말은 제가 BTS의 입장이 되어서 아미(BTS팬 클럽 명칭)에게 말하는 것이에요. 메시지를 직설적으로 바꿔서 표현한 것이죠"

외국인으로서 한국인의 정서가 담긴 가사를 바꾸는 게 쉽지는 않았다. "우선 가사를 수어로 바꿀 땐 오로지 혼자해요. 곡 해석을 할 때 하루종일 해봐도 안 될 때도 있어요. 그 후 어떤 표현을 이해하는 게 어려울 때 주변에 도움을 요청해요. 그 후 수어로 만들었을 때 농인들에게도 이해가 되는지 농인분들에게 보여드려요. 피드백 받고 참고해서 다시 수정해요"라며 녹록지 않은 과정을 설명했다.

사오리는 "진짜 좋은 표현이 있는데 그 부분이 박자가 안 맞을 때 그것을 어떻게 풀어나갈 지 정말 고민을 많이 해요"라고 고민을 털어놓았다. "가사 그대로 나열하고 그대로 통역할 수도 있겠지만 색다른 시도를 해보고 싶어서 이렇게 시간이 많이 걸려도 해봐요"

사오리의 유튜브 영상은 단촐하다. 매번 검은색 후드티를 입고 화려한 영상 효과 하나 없는 화면이 전부다. "화려한 의상, 배경, 영상 효과는 사용하지 않아요. 제 춤선, 얼굴표정, 몸의 움직임, 수어만 보고 보는 사람이 뭔가를 느꼈으면 해서요. 화려하게 편집 해주겠다는 사람도 많았지만 제 몸짓 하나만 보고 뭔가를 느끼길 원해서 거절했어요"

사오리는 수어 아티스트로서의 포부를 밝혔다. "철학과 메시지가 담겨있는 노래, 의미있는 연주, 시 같은 것 등 여러가지를 시도하고 싶어요. 음악이라는 건 끝이 없잖아요. 특히 영화의 엔딩 장면에 감동적인 OST와 함께 자막이 올라가잖아요. 그 감동을 농인분들은 몰라요. 농인을 위한 콘텐츠가 없으니 느낄 수 없잖아요. 저는 여기에 수어 퍼포먼스를 시도해보고 싶어요"

사오리는 지난 2일 개막한 '제9회 광주디자인비엔날레'에 이탈리아 MV감독 루카 파스토레(Luca Pastore)와 협업하여 퍼포머로 참여했다. 국제관에 영상으로 전시되어있다.

"감독님이 제 유튜브를 보고 콜라보하고 싶다고 연락을 주셨어요. 콜라보 하게 된 음악이 21년 전에 만들어진 자연의 소리를 모아서 만든 음악이에요. 퍼포먼스를 할 때 자연의 소리를 살리고 싶었어요"

"스스로 생각하기에 20년 전과 지금을 비교해봤아요. 20년전과 달리 지금은 기후, 환경 문제가 심각하잖아요. 또 AI의 기술이 발전해서 사람이 기계에 길들여 지고 있다는 문제점도 말하고 싶었어요"

사오리는 영상 속에서 AI와 사람 역할을 했다. 그는 "지금 지구가 아파하고 있다. 우리 현대인들이 그 문제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이 메시지를 표정이나 몸짓으로 표현하려 했다"고 말했다.

사오리가 한국어와 일본어를 통틀어 가장 좋아하는 말은 '할 수 있다'다. "입모양 '파- '는 '가능하다(can)'는 뜻이에요. '축구 파-' 라고 하면 '축구 할 수 있어!'라는 의미고요. 입모양과 간단한 손짓 하나로 다 통용되는 말이죠."

'골때녀'로 날아오른 사오리는 다음에 골 세레머니 기회가 온다면 "'여러분도 도전할 수 있어요'라는 수어를 해보고 싶다"며 긍정의 메시지를 전했다.

"꼭 수어와 축구가 아니어도 우리 모두가 인생의 주인공입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고, 도전하라. 그리고 그걸 끝까지 믿고 포기하지 말아라. 이 말을 전하고 싶어요. 이건 저에게 하는 말이기도 해요. 그걸 모두가 믿을 수 있게끔 저는 계속 도전하고 마침내 해낼래요. 하하."
◎공감언론 뉴시스 twinshae1@newsis.com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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