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문' 대규모 싱크탱크 출범…與 대권 '다자 구도' 신호탄?

바른경제 | 승인 2020-11-22 06:35:02

정진형 기자 = '친문 싱크탱크'로 불리는 민주주의4.0 연구원이 22일 출범한다.

이낙연·이재명 양강 구도에 균열이 가는 와중에 친문계 의원들이 공개리에 뭉친 것으로, 더불어민주당 대선 판도가 양강 구도에서 지역과 정파별로 후보군이 할거하는 '춘추전국시대'로 재편되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민주주의 4.0 연구원은 이날 오후 3시 용산구 백범기념관에서 창립총회 겸 제1회 심포지엄을 연다. 사단법인 설립 요건인 50명을 가볍게 넘겼고, 사무실 유지와 연구활동을 위해 걷는 회비만 500만원에 달한다.

문재인 정부 초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지낸 3선 도종환 민주당 의원이 이사장 겸 연구원장을 맡는다. 과거 '부엉이 모임' 멤버인 전해철·홍영표·김종민·황희 의원 외에 박광온·윤호중·이광재·정태호 의원 등 현역 의원만 56명이 합류했다.

임원 선출 및 정관 제정 등 창립총회 후에는 심포지엄을 갖는다.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는 '2025년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를, 정재관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코로나 이후 민주주의', 이원재 LAB2050 대표는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을 주제로 각각 발제를 한다.

연구원은 창립취지문에서 "4번째 민주정부를 창출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문재인 정부가 반드시 성공하는 정부로 마무리할 수 있도록 끝까지 지켜내야 한다"고 했다.

참석자들은 연구원이 친문 세력화가 아니냐는 해석에 손사래를 쳤다. 한 참석자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세력화는 100% 틀리다. 새로운 시대를 어떻게 준비할 거냐에 대한 그야말로 연구 목적의 모임"이라며 "이것으로 대선 후보를 고르거나 영향을 미치는 것은 전혀 아니다. 그러면 모임이 깨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나 '부엉이 모임' 멤버들이 주축이 된 싱크탱크 출범 시점이 이낙연·이재명 등 양대 대선주자의 정체와 맞물리며 다양한 해석을 낳고 있다.

이낙연 대표는 지난 21대 총선 직후 여론조사(4월 28일, 리얼미터)에서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40.2%로 최고치를 찍은 이래 줄곧 내리막을 걷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17일 관훈 토론회에서 "조정이 있는 것"이라고 했지만 당대표 취임 후에도 좀처럼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내년 보궐선거 공천 등 정치적 부담은 늘어가고 악재도 잇따른다. 이 대표 본인이 역점을 두고 있는 주거문제 해법을 위해 마련한 미래주거추진단의 진선미 단장이 지난 20일 "아파트에 환상을 버리면 훨씬 다양한 주거형태가 가능하다"는 발언으로 논란을 자초한 것이 한 예다. 당내 자기 세력 구축도 예상과 달리 지지부진하다.

이재명 경기지사도 지난 대법원 판결 후 대선 주자 지지율이 무섭게 치고 올라갔지만, 현재는 20%대에서 이낙연 대표와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최근 의원들과 접촉면을 넓히며 '이재명계' 확보에 나섰으나 가시화되지는 않고 있다.

이런 양강의 정체는 결국 다수 의원들이 어느 쪽도 몸을 싣지 않은 채 관망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한 재선 의원은 뉴시스에 "이낙연에게도, 이재명에게도 마음을 주지 않은 의원들이 많다. 나도 어느 쪽도 합류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의 양강구도가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 보는 당내의 다른 흐름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밝혔다.

윈지코리아컨설팅이 아시아경제 의뢰로 지난 15~16일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응답률 24.1%, 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 ±3.09%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차기 대선주자 가상 양자 대결시 윤석열 검찰총장 42.5%, 이낙연 대표 42.3%로 나타났다.

윤 총장과 이재명 지사 간 양자대결에선 이 지사 42.6%, 윤 총장 41.9%로 이 지사가 오차범위 내에서 근소하게 앞섰다. 이낙연, 이재명의 예상 밖의 고전에 여권 양대 주자의 본선 경쟁력에 대한 불안감이 점차 퍼지는 것이다.

양강 구도가 흔들리는 가운데 고개를 드는 것은 '다자 구도론'이다. 권역별 주자와 86운동권, 친문 그룹에서도 대선주자가 점차 부상하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민주당 외곽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6선 의원과 여야 당대표, 국회의장을 지낸 데다가 전북을 기반으로 둔 정 총리의 당 복귀 시점에 여권 인사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영주, 이원욱 의원을 주축으로한 SK계는 '광화문 포럼'을 가동하며 당내 기반을 다지고 있다.

정치적 복권으로 9년 만에 복귀한 '노무현의 남자' 이광재 의원은 당 안팎에서 신망을 받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도 이해찬 대표가 직접 러브콜을 보내며 공동 선대위원장으로 기용했다. 당 미래전환 K-뉴딜위원회 총괄본부장으로 정책과 기획력에서 호평이 이어지며 주목할 친노 주자로 꼽힌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86 그룹의 기대감을 한 몸에 받고 있다. 86 맏형으로 원내대표와 통일부 장관 등 요직을 공백 없이 맡으며 정치적 자산을 불려 나가고 있다. 한 86그룹 의원은 "인영이 형이 도와달라고 하면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무조건 도와줄 수밖에 없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 초대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임종석 전 실장은 잠행을 이어가고 있으나 여전한 잠재 주자군으로 꼽힌다. 총선 차출론이 제기되던 지난해 11월 "통일운동에 매진하겠다"면서 사실상 정계 은퇴를 선언했으나 86·친문 '다크호스'로 분류된다. 전남 장흥이 고향이어서 호남 정체성도 어필할 수 있다.

지역 맹주들의 대권 도전도 관심사다. 지역 정가와 여의도에는 최문순 강원지사의 대선 출마설이 무성하다. 내리 3선을 해 단체장 연임 제한에 다다른 것도 대권 도전 가능성에 힘을 싣는다. 최 지사는 '자신의 말(言)을 가진 매력적인 사람'이라는 평가가 붙는다.

4선 의원을 지낸 양승조 충남지사도 지사직 재선과 대권 도전을 저울질 해봄 직하다. 김경수 경남지사의 2심 유죄 판결 후 PK에선 김두관 의원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결국 일련의 흐름을 놓고 보면 여권 대선판이 양강 구도에서 다자 구도로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이 고개를 든다. 이낙연 대표, 정세균 국무총리의 호남·총리 그룹과, 이재명 경기지사를 비롯한 광역단체장·권역별 주자 그룹, 86·친문의 '제3그룹'이 바로 그것이다.

한 수도권 86 의원은 뉴시스에 "정권 재창출을 하려면 강력한 주자가 나와야 하는데 현재로선 이낙연, 이재명 두 후보밖에 없다"며 "양강 구도 속에서 새로운 주자가 나와 경선 체제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기에 (다자 구도는) 긍정적인 일"이라고 했다.

그러나 구도가 복잡해질수록 '응집력이 강한 소수'가 판을 흔들 가능성이 커진다. 지난 원내대표 경선에서 이해찬 대표를 위시한 당권파에 밀린 이른바 부엉이 친문 그룹이 공교로운 시점에 '부엉이 시즌2'를 띄우는 데 다른 의도가 있다는 해석이 붙는 이유다.

한 전직 의원은 "권역별로 주자가 다 나와서 경선을 붙는다면 절대 다수를 차지하지 않더라도 소수파가 이길 가능성이 있다"며 "친문의 자기 주자 띄우기가 시작된 것일 수 있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formation@newsis.com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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